본문 바로가기
  • 나의 너에게
연기/연기 에세이

연극영화학과 출신들이 오디션에 낙방하는 이유

by paust91 2020. 11. 12.
반응형

 

 

 

 

 

 

 

 

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친구들이 현장에 나오면 힘들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시나리오와 대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한국에서의 시나리오와 대본은 큰 틀이 정해져 있으며 나오는 등장인물 또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대본 상 기능적인 역할을 하며 드라마의 재미를 재미와 서스펜스를 담당하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정형화되고 전형적인 캐릭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제 막 나온 친구들은 그런 전형적인 캐릭터를 피하고자 한다. 그러라고 배웠다. 게다가 희곡은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를 찾기도 어렵다. 심오하고 난해하고 그것들을 파헤치고자 밤낮 없이 고민하고 연습한다. 특히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극을 하려 하면 자신의 사이즈로 인물들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닌 인물의 사이즈에 나를 맞추는 힘들고 고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캐릭터를 피하고 심오하고 난해한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행동을 설계하는데 익숙한 한국의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현장에 나왔을 때 당황스러워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작가와 연출마다 개성이 강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드라마의 경우는 극작의 성공 공식이 매우 뚜렷하게 정해져있다.  또한 캐릭터의 특성도 그것에 맞춰 전형적인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우린 이런 전형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어낼 것인가 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복잡하고 어려운 동기들을 찾아내기 위해 해왔던 노력들을 버리는 일. 내가 배워왔고 해왔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 그게 처음으로 할 일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것들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가 학창시절 어떤 작품을 했던 어떤 방식으로 했던 그런 것들은 크게 의미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이 오디션에서 이 역할을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시킬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대본을 보면서 이게 이렇게 단순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드는 동기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의 이야기로 가져와야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것. 의외로 전공생들은 고전극에서 해왔던 것처럼 큰 사건들에 익숙해져 심오하고 난해한 감정들을 표현하는데는 익숙하고 잘하지만 아주 사소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에는 서투른 경향을 보이곤 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하자. 상대의 대사에 가볍게 반응만 하면 된다. 상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지 정도만 생각하고 반응하자. 그러면서 뉘앙스들을 찾아가고 결국 나만의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게된다. 꼬메디델아르테 처럼 캐릭터의 전형, 즉 극이 전개가 되면서 나타나는 인물의 일관성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순간의 반응에만 집중해 나로서 반응만 하면 된다. 일관성은 대본의 사건들이, 그리고 편집이 해결해줄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 반응하여 표현하고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된다. 또한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자. 여러분들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들은 자신이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 연구했던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이해해 여러분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것도 소위 ‘옛 것’이다. 지금 현대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플레이어로서 현재의 것은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선생님들이 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도 자유롭게 시도해보며 작가가 써놓은 글에 조금이라도 더 가 닿게 만드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스토리텔러다. 이야기를 나의 몸과 목소리로 입체적으로 표현해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들이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여러분들만의 각자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이론이나 시스템도 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알아야한다. 그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하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렇게 배우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연기를 했을 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나올 것이고, 그 탐나는 배우들의 걸맞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드라마대본이 쓰여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캐릭터는 나 자신이다.’누군가가 한 말처럼 자신을 믿고 각자의 여정에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는 날이 간절히 바란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