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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는 두가지 모순되는 개념이 있다. '정확한 연기'와 '자유로운 연기'이다.
정확한 연기는 마음대로 연기하지않고 연기적 목표를 이성적으로 계획해서 연기하는 것인데, 자유로운 연기와 충돌한다. 자유로운 연기는 계획해서 연기하지않고 순간적인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연기인데 정확한 연기와 충돌한다.
이 두가지 개념이 충돌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는 고통의 연속이다. 정확하게 연기하려면 "왜 항상 똑같이 연기하냐? 새로운걸 시도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연기하려면 "왜 마음대로 연기하냐? 정해진 건 지키면서 연기하면 좋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능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이 더 중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질문이 틀렸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이 더 선행되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1. 정확한 연기가 우선이다. 연기적 계획을 의도한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연기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도 - 계획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도한대로 정확하게 표현되었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2. 정확한 연기를 전혀 못하는 배우가 자유로운 연기를 하려하면 안된다. 연기적 목표에 벗어난 표현을 여러가지하는 것은 연기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3. 자유로운 연기는 표현의 한계(건조함, 식상함)에 부딪혔을때 새로운 표현을 찾기위해 방법적으로 시도한다. 하지만 '연기적 목표'를 벗어날 수 없다. 미친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미친듯이 날뛰면 연기가 아니라 진짜 미친사람이 될 수 있다. 연기적 목표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을때만 자유로운 연기는 미친 연기가 될 수 있다.
4. 자유로운 연기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표현을 다시 시도했을 때 해낼수없다면 아직 미친사람의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다. 결국 자유로운 연기는 정확한 연기 - 의도하면 다시 표현할 수 있는 상태 - 로 연습해서 체화시켜야한다.
5. 정확한 연기를 하겠다며 계획(목표)을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이상한 연기가 되기 쉽다. 계획은 미리 인식한 상태 - 체화 상태로 두고 연기적 상황에 자유롭게 몰입해야 한다.
6. 자유로운 연기는 연기 경험에 비례한다. 연기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니까. 연극무대에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한 배우가 영화판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건 이런 이유에서다.
7. 정확한 연기와 자유로운 연기가 충돌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다면 좋은 배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작품마다 정확한 연기와 자유로운 연기는 새롭게 갱신되기에 연기는 결국 끝없는 훈련의 연속이다.
8. 정확한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없다. 자유로운 연기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가? 있다.
9. 정확한 연기의 수준이 경지에 이르면(계획한 것을 언제라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수준) 자유로운 배우가 될 것이다.
2019. 2.13 / 연기스터디 한걸음 / 김세환
내가 연극을 할 때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페이스북 에서 옮겨왔다.
이성으로 치밀하게 설계해 온 연기는 나의 자유를 억압 했고, 반대로 자유롭기 위해 직관에 의해 한 연기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고민했고 오디션과 활동들을 통해 정확한 연기와 자유로운 연기를 나름대로 구분짓게 되었다.
과정은 연습이었고 충분하지 않은 연습은 자신감 하락 뿐만 아니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았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분석을 하고 해석을 해서 만든다.
정확한 틀 안에서 정확함만을, 어쩌면 그 자체를 추구하면 어색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배우가 매번 새롭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연습이었다.
분석과 해석, 매번 새롭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찾아내는 연습과정들의 목표는 배우가 자유로워지게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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