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f
스타니슬랍스키의 ‘만약에’는 배우가 인물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이해한 뒤 대입할 때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 가정법은 이것이 진짜 사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있을 수도 있는 ‘만약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고로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그저 가정을 한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이나 결심은 강제적이거나 거짓 없이 이루어지게 도와준다. 우리는 인물이 맞닥뜨리는 사건, 그로인한 목적, 목적을 이루고자 행동하는 것들을 찾고
그것에 나를 가정하여 상상해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다.
분석의 틀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됐으면 나를 대입시켜 끌고 들어와 본다. 대사를 소중하게 발화하면서 인물의 말들이 내 말이 되기 위해 연습한다. 분석을 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나의 말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내 말처럼 하기 위해선 끊임 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분석를 한 대사를 가지고 연습을 하면서 내 감각과 직관이 불편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분석이 틀렸거나, 내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자기화 과정에서 연습을 할 때는 최대한 나의 감각과 직관을 믿고 그것들을 관찰하면서 연습을 진행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과 연습을 한다면 잘못된 점을 비교적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 연습을 할 때다. 체화 과정에선 자신이 그전에 했던 분석들을 잊고 오롯이 대사를 뱉어내본다.
이미 무의식 속에 분석은 돼 있는 상태라는 걸 믿자. 그저 나의 감각과 직관에 의존해서 대사를 뱉어보면서 내가 찾았던 그 뉘앙스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를 예의주시하자.
만약 배우가 혼자 연습할 때 나를 관찰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카메라를 가지고 찍으면서 연습하자. 내 동작이 조잡스럽거나 깔끔하지 못한 것 같은 움직임은
최대한 효율적이고 단순하게 바꾸고 내가 원하는 뉘앙스와 분위기를 영상을 통해 보자.
훨씬 객관화하기가 쉬울 것이다.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나를 대입해 실제적인 연습에 들어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구체적으로 한 막, 한 장면, 한 대사등 점점 깊이 깊이 들어갈 수록 큰 틀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 해야할지 막막한 경우가 발생한다.
아무리 내 감각과 직관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다시 이성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나의 감각으로 안되는 것들은 다시 이성이 도와줄 것이다.
그러다 다시 연습해보고 내 직감도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성과 감각이 서로 상부상조하며 배우의 연습과정을 도울 것이다.
본인이 좋은 배우라고 자부하기 위해선 이 감각을 키우기 위해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그림, 좋은 연극,영화 등과 함께하며 자신의 감각과 감수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좋은 영감으로 인한 감각과 직관이 늘 것이다.
무엇보다 실전 연습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본인을 믿는 것이다. 나의 감각과 직관을 믿는데는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내 선에서 최선의 것을 나는 언제나 선택한다.’이것만을 믿고 땀 흘리며 연습해보자.
나를 믿는 용기, 땀. 이 두개가 연습과정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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