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주어진 상황
거의 모든 대본에서 사건들과 관계들은 희곡이 시작되기 전에 형성되어 있다. 앞서 살펴봤던 도입부에서 이와 같은 직업, 환경, 인물들간의 관계들이 소개되는데,
우리가 상상하면서 봐야할 것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되기 이전의 인물의 백스토리(backstory), 익스포지션(exposition)다.
대본의 시간과 공간
사극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시대적 규율과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허구이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대본이든 그 시대적 배경을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인물이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많이 실수하는 것은 하나의 대상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데에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이란 자연사가 아니고서는 매우 드문일이고 안타깝고 처참하고 비참한 일이다. 과학적 발전과 사회 시스템의 발전으로 온갖 위험으로부터 해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조선시대에만 보아도 ‘죽음’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사회가 어려울 땐 길거리에 시체가 즐비해 있고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은 허다했다. 물론 ‘죽음’이 빈번히 발생했다고 해서 그것의 슬픔이 지금보다 덜하다고는 감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사소한 대상이라도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따라 가치관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치관을 기점으로 인물의 시대적 배경을 조사하고 내 피부로 가치관들을 느껴야만 한다.
관계
도입부에서 가장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들 중 하나는 바로 관계이다. 이 관계는 분명 대본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형성 됐기 때문에 우리는 대본 전체를 보면서 인물과 관계를 맺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나중에 대본을 연기할 때, 배우가 캐릭터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관계에서부터 비롯된다. 인물이 다른 인물들을 대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생각하면서 대본을 보자.
등장인물의 전사를 살펴보았다면 지금 대본에서 처한 환경과 행동들을 보자. 거의 대부분의 대본은 균형상태에서 불균형상태로, 그러다 절정부분에 이르러 해결(해소)되고 다시 균형상태로 돌아오는 구조를 보인다.
평화로운 균형 상태는 인물의 어떤 환경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불균형 상태로 가는 중점적인 사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인가? 아니면 미리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해내고자 했던 사건인가? 혹은 사건과 사건이 추진력을 일으켜 발생한 사건인가?
장애물 찾기
인물의 대사를 단순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사도 행동이다. 그리고 인물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간절하게 이루고자 움직인다. 여기서 간절함은 장애물과 관련이 있다.
인물은 최종 목적지까지 달려가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방해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건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애물이 되는가? 장애물을 찾고 그것이 얼마나 뛰어 넘기 어려운 일인가를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인물이 간절해질 수 있다. 대본에서 모든 인물들은 간절하다. 또 하나 간절한 이유는 그것이 실패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도전을 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와 같은 두려움은 실패의 결과를 상상하는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인물의 인생 또한 나의 인생처럼 한 번뿐이다. 그리고 인물은 나처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내가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다고 해도 그 인물은 그 상황까지의 흐름만을 가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그러고 작품을 분석해야한다.
인물의 행동을 분석할 때 또 다른 관점은 갈등-해결이라는 구조로 보는 것이다. 갈등이 고로 사건이다.
그 안에서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전술
내가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가게 주인에게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나의 입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여기에서 처음으로 ‘어떻게’가 나온다. 이것을 설명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전술이다.
어떤 전술을 구사할 것인가? 그래서 이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어떤 하나의 동사로 딱 표현될 때 연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행동은 모두 동사다. 상태를 표현해주는 형용사로 표현되어선 안된다.
동사로 표현되며 부속적인 부사와 형용사로 동사를 뒷바침 해주어야 한다.
목적
MDQ를 찾았다면 인물들의 목적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반대로 내가 찾아낸 목적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행동들의 최종 목적지를 유추해보자.
결국 목표를 위해 사건 하나하나를 해결하려고 행동한다. 그 행동들의 합이 목적지일 것이다.
연기의 디테일의 생명
캐릭터를 생각하지 말고 인물을 분석하라고 했다. 그냥 단순히 ‘나로서’ 그 맥락 속에 넣는 것이다. 이제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되는지 살펴볼 것인데 그 핵심은 바로 관계,평가에 있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행동에 의해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특히 관계의 태도에 의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경우가 많다.
관계의 태도
만약 상사에겐 정말 아부와 첨언을 잘 하면서 자신의 부하직원에겐 야박하고 인정사정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인간 군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만약 대본 속에 이런 인물이 있다고 해서 배우들은 악역을 인식하고 악하게 연기해선 안된다. 그게 흔히 배우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이자 가장 1차원적인 연기다. 인물이 다른 인물을 대할 때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평가, 판단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남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절대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만약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도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은 각기 다른 평가들을 하고 판단한다.
비흡연자들은 냄새가 난다거나 더럽다고 평가하고 그 사람 근처에 가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소시오패스나, 조현병등 특이한 정신질환을 연기해야한다면 이 평가와 판단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평가와 판단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대사를 어떤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캐릭터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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