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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너에게
연기/연기 에세이

꿈만을 쫓으면 안된다

by paust91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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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에 대학을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나는 당연히 배우가 될 줄 알았다. 졸업을 하는 해에 1년치 연극 스케줄이 잡혀 있었고 나의 인생은 이대로 늘 연기를 하며 바쁘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늘 그렇듯 일이 없을 땐 끝을 모를 정도로 없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인생지사 당연한 것을 나는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 늘 일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 내가 예술을 하고 있다는 대단한 오만. 

 

대학을 다닐 때에도 별 다른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으로 늘 생활했다. 

따로 돈을 벌 필요성을 못 느꼈고 내가 재밌고 잘하는 것만 하면 됐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나온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오롯이 내가 짊어지고 책임져야 할 것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방파제 같았다. 방파제 앞에서 매몰찬 바람을 맞으며 그 시간을 그저 견뎌내기만 했다. 

 

28살이 되어서야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이러고 있으면 건강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촬영 일정으로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시간은 늘 미뤘었다. 그것도 내 꿈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불안과 초조속에서 살았다. 불면증과 우울증이 함께하는 나날들이 길어질 수록 내 물리적, 신체적 건강까지 안좋아졌다. 불안해서 정신과를 찾을 것이 아니었다. 그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래서 나의 멍청한 28살의 사회활동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재밌었다. 나의 적성에도 맞는듯 했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18살과 19살을 보는듯 했으며,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기분도 좋았다. 그리고 일정한 날짜에 맞춰 들어오는 월급도 기쁘게 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밥을 사드렸고 나를 위한 자그마한 선물을 했다. 거짓말처럼 우울증과 무력함이 사라졌다. 단지 월급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바꿔놓았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꿈만을 쫓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꿈을 위해 하기 싫은 일, 그렇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야 했다. 더 일찍. 

 

예전에 읽은 책들 중에 예술가는 안정적인 것을 지양해야한다고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나의 시간을 더 쓰기 보단 내가 버는 돈에 맞게 생활을 꾸리고 남은 시간에 오디션 준비하고 촬영에 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만히 집에서 오디션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을 때보다 일의 능률은 더 높았다. 오디션에 붙는 합격률도 높았고 모든 일이 큰 불안과 걱정없이 순탄히 흘러갔다.

 

나는  '여유가 없어서' 라고 결론 지었다. 전보다 한가하지 않아서 불안과 걱정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연기티칭을 하면서 촬영을 준비하려면 생각보단 빠듯했다. 지금 내 앞에 높인 것을 하기 위해 시간을 쓰지 그 외의 생각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것이다.  꿈을 위해 꿈만을 쫓았을 때보다 꿈과 꿈을 지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성과가 더 좋았다는 것. 아이러니인걸까?

 

모든 예체능을 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일정한 명성을 얻기 전까진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분야만을 가지고는 먹고살기 힘들단 뜻이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생각을 더 보태고 싶다. 꿈을 지탱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른 일도 '경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노무나 카페알바가 아닌 그 일로서도 경력이 되고 더 높이 올라 갈 수 있는 일이여야 더 건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이 또 다른 꿈을 낳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가 다른 오늘처럼 우리는 늘 달라지니까. 꿈도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유명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우린 어렵지 않게 듣는다.

건강해야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해야 이룰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오래할 수 있을까?'를 고민 하길 바란다. 한참을 부족한 내가 너에게 . 나의 너에게.

 

 

예술을 한다지만 나 빼고 다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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