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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너에게
끄적거림/나의 너에게

불면증

by paust91 202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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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에서 벗아나고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인 언어에서 나 자신을 끌어내고 
헛된 염려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접촉을 가질 것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늘 밤은 나에게 길고 긴 오후같았다.
대학교를 다니던 스무살의 불면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혼자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며 불면의 밤은 신이 내려주신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며 
길고 긴 어둠 속에 불을 밝히고 읽고 마시고 글을 썼다.
연극을 연습하고 들어온 날은 하루종일 대본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걱정과 불안, 꼬리를 물고 무는 지독히 의미없는 생각들.
누웠다가 온갖 생각들을 털어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대본을 보다가, 일기를 쓰다가
몇 번을 반복하다, 결국 해가 뜨는 걸 보고 잠들곤 했다.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듯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고나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다시 패턴을 바꿔보자 마음 먹었지만 4년간 몸에 베어 온 습관이 쉽게 떨어져 나갈리 없었다.
오히려 걱정과 불안, 근심은 더해져가만 갔고 해를 더해 갈수록 어둠은 더 또렷해져만 갔다.
오늘도 불안과 근심, 걱정에서 길고 긴 밤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밤보다 낮이 더 또렷한 하루를 살아내라고.
순간, 순간을 가장 확실한 접촉으로 살아내라고.
함께 그렇게 살아내보자고.

긴 어둠 속을 버티고 있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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